

중환자실에서 일하는 동안 CPR을 수도 없이 했어요.
중환자실은 모든 환자에게 심전도 모니터가 달려 있어서, 심박수가 떨어지거나 리듬이 이상해지는 순간 바로 알 수 있거든요.
그래서 골든타임을 놓치는 일이 거의 없어요.
그런데 병원 밖은 달라요. 모니터도 없고, 알람도 없어요. 눈앞에서 누군가 쓰러지는 순간, 그걸 발견한 사람이 전부예요.
그 사람이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생사를 가를 수 있어요.
이 글은 이론이 아니라 현장용 매뉴얼이에요. 읽고 나서 “나도 할 수 있겠다”는 느낌이 들어야 제 역할을 다한 거예요.
1단계: 안전 확인 — 구조자도 위험에 빠지면 안 돼요
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달려가는 게 아니에요. 주변에 나를 위협할 위험이 없는지 먼저 봐야 해요.
달려오는 차량, 끊어진 전선, 위에서 떨어질 수 있는 물체, 가스 냄새 등을 1~2초 안에 훑어야 해요.
구조자가 쓰러지면 두 명이 쓰러지는 거예요.
✔ 핵심: 환자에게 다가가기 전, 1초라도 주변을 먼저 확인하세요.

2단계: 의식 확인 — 소리치면서 두드려야 해요
가까이 다가가서 양쪽 어깨를 두드리며 귀 옆에서 크게 말해요. “괜찮으세요? 눈 떠보세요!” 이렇게요.
아는 사람이어도 반드시 소리 내서 확인해야 해요. 저혈당 쇼크, 실신, 뇌졸중 등 다양한 원인으로 쓰러질 수 있고,
눈으로만 봐서는 알 수 없거든요.
반응이 없으면 즉시 다음 단계로 넘어가요. 망설임이 생존율을 낮춰요.
✔ 핵심: 어깨 두드림 + 큰 소리. 반응 없으면 바로 다음 단계.
3단계: 119 신고 + AED 요청 — 혼자 하지 마세요
이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주변 사람을 ‘지목’해서 각각 시키는 거예요.
“누가 신고해주세요”라고 하면 아무도 안 할 수 있어요. 서로 다른 사람이 한다고 생각하거든요.
“검은 옷 입으신 분! 119 지금 바로 전화해주세요!” “파란 가방 드신 분! 근처 AED 가져와 주세요!”
이렇게 구체적으로 지목해야 움직여요.
119에 전화하면 이렇게 말하세요.
- 위치: “서울 ○○구 ○○동 ○○건물 앞입니다”
- 상황: “사람이 갑자기 쓰러졌고 의식이 없어요”
- 상태: “호흡이 없어요 / 있어요”
- 조치: “지금 심폐소생술 하고 있어요”
전화는 끊지 마세요. 119 상담원이 CPR 방법을 실시간으로 안내해줘요.
✔ 핵심: 지목해서 119 신고, 지목해서 AED 요청. 전화는 계속 연결.
4단계: 호흡 확인 — 10초 이내로 판단해요
환자 옆에 무릎을 꿇고 가슴이 오르내리는지 10초 이내로 봐요.
완벽하게 확인하려고 오래 볼 필요 없어요.
가슴이 전혀 안 움직이거나, 가끔 크게 헐떡이는 이상한 호흡이 있으면 심정지로 판단하고 바로 CPR을 시작해요.
헐떡이는 것처럼 보이는 이상 호흡은 정상 호흡이 아니에요. 이 경우도 CPR을 해야 해요.
중환자실에서도 이걸 헷갈려하는 분들이 많았어요.
✔ 핵심: 10초 이내 판단. 이상 호흡도 CPR 시작.

5단계: 심폐소생술(CPR) — 누구나 할 수 있어요
CPR에서 가장 중요한 건 빠르게 시작하는 것이에요. 완벽하게 하는 것보다 빨리 시작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해요.
압박 방법은 아래와 같아요.
- 위치: 가슴 중앙(흉골 아래 1/2 지점)
- 깊이: 5~6cm (어른 기준, 확실하게 누르는 게 중요해요)
- 속도: 분당 100~120회 (빠른 박자 노래 “Stayin’ Alive”를 머릿속으로 생각하면 딱 맞아요)
- 압박 후 가슴이 완전히 올라오도록 기다렸다가 다시 눌러요
인공호흡은 훈련받은 경우 30회 압박 후 2회 시행해요.
하지만 인공호흡이 어렵거나 꺼려지면 가슴 압박만 계속해도 충분히 도움이 돼요.
2025년 한국 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에서도 일반인은 가슴 압박 중심 소생술을 권고하고 있어요.
✔ 핵심: 가슴 중앙, 5~6cm, 100~120회. 인공호흡 못 해도 압박만 계속.
6단계: AED 사용 — 기계가 다 알려줘요
AED(자동심장충격기)는 전원을 켜면 음성으로 모든 걸 안내해줘요.
일반인도 사용할 수 있고, 선의의 응급 처치는 법적으로도 보호받아요.
사용 순서는 이래요.
- 전원 켜기
- 패드 부착 — 그림 보고 정확한 위치에 붙이기 (오른쪽 쇄골 아래 / 왼쪽 젖꼭지 아래 겨드랑이선)
- 심장 리듬 분석 중 → 모두 환자에게서 떨어지기
- 충격 필요 시 → 버튼 눌러 심장충격 실시
- 이후 CPR 계속
두 사람이 있으면 한 명은 CPR, 한 명은 AED 준비를 나눠서 하는 게 이상적이에요.
✔ 핵심: 전원 켜고 음성 안내 따라가기. 분석 중에는 손 떼기.

호흡은 있는데 의식이 없을 때 — 회복자세
CPR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에요. 하지만 그냥 눕혀두면 안 돼요. 구토물이나 혀가 기도를 막을 수 있어요.
환자를 옆으로 눕히면 고개도 자연스럽게 옆을 향하게 돼요. 이 상태에서 구토를 해도 기도로 넘어가지 않고 입 밖으로 흘러나와요. 위쪽 무릎을 구부려 앞으로 세우면 자세가 고정돼서 환자가 앞뒤로 넘어가지 않아요. 이 자세를 유지하면서 119가 올 때까지 호흡을 계속 확인해요.
✔ 핵심: 옆으로 눕히고 자세 고정. 계속 호흡 확인.
뇌졸중 의심이라면 — FAST 공식
갑자기 쓰러진 이유가 심정지가 아닐 수 있어요. 뇌졸중도 갑작스럽게 발생해요.
뇌졸중은 시간이 뇌예요. 빠를수록 후유장애를 줄일 수 있어요.
아래 FAST 기준으로 빠르게 확인해요.
- F (Face): 웃어보라고 했을 때 얼굴 한쪽이 처지거나 비뚤어지나요?
- A (Arm): 두 팔을 동시에 들어올릴 때 한쪽이 힘없이 내려오나요?
- S (Speech): 말이 어눌하거나 엉뚱한 말을 하나요?
- T (Time): 하나라도 해당되면 즉시 119. 증상 시작 시간을 기억해두세요.
뇌졸중은 혈전용해제 치료 시간이 정해져 있어요.
증상 시작 시간이 치료 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에, 정확한 시간을 기억해두는 게 매우 중요해요.
✔ 핵심: FAST 하나라도 해당하면 바로 119. 증상 시작 시간 꼭 기억.
절대 하면 안 되는 행동
급한 마음에 오히려 해가 되는 행동들이 있어요.
- ❌ 의식 없는 사람에게 물이나 약 먹이기 — 기도로 넘어가 질식 위험
- ❌ 흔들거나 뺨 때리기 — 도움이 안 되고 경추 손상 위험
- ❌ 그냥 지켜보기 — 골든타임을 놓치는 가장 흔한 실수
- ❌ 혼자 두고 자리 비우기 — 상태가 급변할 수 있어요
- ❌ 경련 중 억지로 몸 잡기 — 골절·탈구 위험, 자연스럽게 빠질 때까지 기다리기
- ❌ 입에 물건 넣기 — 기도 막힘 위험, 절대 금지
상황별 빠른 판단 요약
| 상황 | 즉시 해야 할 행동 |
|---|---|
| 의식 없음 + 호흡 없음 | CPR 즉시 + AED 요청 + 119 |
| 의식 없음 + 호흡 있음 | 회복자세 + 119 + 계속 관찰 |
| 한쪽 마비 / 말 이상 | FAST 체크 → 119 |

골든타임을 기억하세요
심정지 후 4분이 지나면 비가역적 뇌 손상이 시작돼요.
10분이 지나면 뇌 이외의 다른 장기도 손상되기 시작해요. 그래서 핵심은 딱 하나예요.
“망설이지 말고 바로 시작하세요.”
완벽하지 않아도 돼요. 하는 것과 안 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예요.
2025년 한국 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 통계에 따르면, 일반인이 CPR을 시행하면 생존율이 2.4배, 뇌기능 회복률이 3.3배 증가해요.
반응 없으면 → 바로 119 + CPR 시작